고대 그리스의 화가. 헤라클레아 출생. 아테네의 아폴로도로스의 제자이다. 스승의 작풍을 계승 발전시켜 빛과 그림자의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사용에 의하여 대표적인 음영화가(陰影畵家)가 되었다. 작품은 현존하지 않지만 고문헌에 의하면 《켄타우로스의 가족》과 남이탈리아의 크로톤 헬라신전을 위하여 그린 《헬레나상(像)》 등의 걸작이 있었다고 전해 온다.
제욱시스(Zeuxis, 기원전 5세기 말~4세기 초)와 파라시오스(Parasios, 기원전 420?~380?)가 유명한데, 둘은 아주 친밀한 사이였다. 하지만 예술에서는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팽팽한 경쟁자였다.
이 두 사람이 드디어 어느 날 그림 솜씨를 겨룬다. 사람들이 다 모이자 먼저 제욱시스가 그림을 덮고 있던 막을 들추었다. 포도 넝쿨이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새들이 넝쿨에 달린 포도송이를 따먹으려고 날아들었다. 물론 그림에 부딪혀 그 자리에서 떨어졌다. 운명했을 거다.
새의 눈을 속일 만큼 감쪽같은 그림 솜씨는 사람들의 감탄을 사기에 충분했다. 의기양양해진 제욱시스는 파라시오스에게 다가가, 그에게 그림의 막을 들추라고 했다. 그러자 파라시오스는 이렇게 얘기했다.
“잘 보게. 자네가 나보고 들추라는 그 막이 바로 내가 그린 그림일세.”
제욱시스는 자신의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고 한다. “난 새의 눈을 속였지만, 자네는 새를 속인 화가의 눈을 속였으니까.”